이제 새벽에 되면 제법 추운 초겨울이다.
귀촌후 원룸에 갇혀살던 고양이는 외출냥이가 되어 새벽에도 몇 번을 창을 열고 나서는데,
사람처럼 한번에 창을 열지는 못하는 터라 창을 열때마다 난 잠에서 깨고, 열린 창을 닫아준다.
어제는 창을 닫다가 바깥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참나무는 유난히도 구불구불 자라는데, 뻗어나가는 가지의 모습이 마치 폐의 기관지와 같고,
가을이 지나고 낙옆을 모두 떨어뜨린 가지들이 달빛에 비친 안개와 대조되어 시린 새벽을 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오른쪽의 곧은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르고 무성한 잎으로 모든 달빛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반대로 이들이 달빛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달빛을 받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입장에서 가리는 것이지, 이들은 햇빛을, 달빛을, 별빛을 받으며 자연스레 서 있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들은 서 있었고, 따뜻한 방에서밖에 살 수 없는 나와는 달리
추운 날씨에도 꿋꿋이 자라나며, 수십년을 수백년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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