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고찰2019. 10. 29. 22:27

2019/10/29 피천득 수필집을 읽다가

중국의 전원시인(田園詩人)인 도연명(陶淵明)의 시 한 구절을 접하게 되었다.

한 구절에 끝낼게 아닐듯 하여, 전문을 찾아보았다.

전문은 총 6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1편에 대한 감상을 해본다.

제목 : 歸園田居 (귀원전거) 전원으로 돌아와 살면서

[ 其一 ]

少無適俗韻  (소무적속운) 어려서부터 세속과 어울리지 못하고
性本愛丘山  (성본애구산) 본래의 성품은 산을 사랑했다네.
誤落塵綱中  (오락진강중) 잘못하여 먼지 가득한 그물에 떨어져
一去三十年  (일거삼십년) 삼십년이 단숨에 흘러버렸네.

羈鳥戀舊林 (기조연구림)  갇힌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 (지어사고연)  못 속 물고기 옛 연못을 생각하는 법,
開荒南野際 (개황남야제)  남쪽 들 언저리에 황무지를 개간하며,
守拙歸園田 (수졸귀전원)  졸박함을 지키려 전원으로 돌아왔네.

方宅十餘畝 (방택십여무)  네모난 택지에 텃밭이 십여 이랑,
草屋八九間 (초옥팔구간)  초가집 여덟 아홉 간에,
楡柳蔭後詹 (유류음후첨)  뒷처마에 느릅나무 버드나무 그늘 지고,
桃李羅堂前 (도리나당전)  복사 꽃 오얏꽃 집 앞에 늘어서 있네.

曖曖遠人村 (애애원인촌)  먼 마을 어슴프레한데,
依依墟里煙 (의의허리연) 동네에선 연기가 하늘하늘 피어오르네.
狗吠深巷中 (구폐심항중)  깊은 골목에서 개가 짖고,
鷄鳴桑樹顚 (계명상수전)  뽕나무 꼭대기에서는 닭이 우네.

戶庭無塵雜 (호정무진잡)  뜰에는 더럽거나 잡스런 것이 없고,
虛室有餘閒 (허실무여한)  빈방에는 한가로움이 넘친다네.
久在樊籠裏 (구재번농리)  오랫동안 새장 속에 있다가,
復得返自然 (복득반자연)  다시 자연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음이여!

농사짓는 집안일이 힘들어 나 또한 도시에 가서 수십년간 생활했다.

도연명처럼 완전히 시골로 돌아와 생활을 하진 못하고, 귀촌하여 기존에 하던일을 하지만

조금이라도 고향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할 일들을 찾고있다.

 

비록 방 한칸에서 하루종일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이 많지만,

문을 열고 나오면 흙 깔린 마당과 꽃들과 풀들 너머로 산들이 보이고,

그 위로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지금도 하고있는 업무는 비슷하지만, 바깥을 나왔을 때 접하는 자연의 모습들에

영혼이 정화되는듯 하여 상쾌하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시골에 머무르고 싶은가 보다.

 


 

이왕 찾아봤으니, 남은 편들도 남겨두어야겠다.

歸園田居 其二
 
野外罕人事  (야외한인사)  시골이라 인적이 드물고,
窮港寡輪鞅  (궁항과윤앙)  궁벽한 곳이라 오가는 수레가 드물어,
白日掩荊扉  (백일엄형비)  한낮에도 사립문 굳게 닫여 있고,
虛室絶塵想  (허실절진상)  텅 빈 집은 속세을 끊었네.
時復墟曲中  (시부허곡중)  이무렵 옛 마을로 다시 돌아와,
披草共來往  (피초공내왕)  풀섶을 헤치고 함께 오가네.
相見無雜言  (상견무잡언)  서로 만나서 헛된 말 없으며,
但道桑麻長  (단도상마장)  다만 서로 농사일만 묻는다네.
桑麻日已長  (상마일이장)  뽕잎과 삼줄기는 날마다 자라나고,
我土日已廣  (아토일이광)  나의 밭은 하루하루 넓어져 간다네.
常恐霜霰至  (상공상선지)  다만 걱정은 서리 싸락눈 갑자기 닥쳐,
零落同草莽  (영락동초망)  풀더미와 더불어 같이 시들어버리는 것이라네. 
  
 
歸園田居 其三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남산 아래 밭에다 콩을 심으니,
草盛豆苗熹 (초성두묘희)   잡초만 무성하고 콩의 싹은 드물다네.
晨興理荒穢 (침신이황예)   새벽같이 일어나 황무지를 일구다가,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달빛속에 괭이메고 집으로 돌아가네.
道狹草木長 (도협초목장)   길은 좁고 풀은 높게 자라,
夕露霑我衣 (석로첨아의)   저녁 이슬 나의 옷깃 적신다오.
衣霑不足惜 (의첨부족석)   옷 적셔지는 건 아까울 것 없지만,
但使願無違 (단사원무위)   다만 바라는 건 농사가 잘 되는 것.
 
 , 
歸園田居 其四
 
久去山澤遊   (구거산택유)   오랜만에 산과 못에 가 노닐며,
浪莽林野娛   (낭망임야오)   넓은 숲과 들판을 마냥 즐기네.
試携子姪輩   (시휴자질배)   자식과 조카들은 손에 손 잡고,
披榛步荒墟   (피진보황허)   덤불 헤쳐 황폐한 마을로 가네.
徘徊邱壟間   (배회구롱간)   언덕 위 무덤 사이 서성이려니,
依依昔人居   (의의석인거)   옛 사람의 거처가 어렴풋하여라.
井竈有遺處   (정조유유처)   우물과 부엌 터는 흔적만 남고,
桑竹殘朽株   (상죽잔후주)   뽕나무와 대나무도 그루터기뿐.
借問採薪者   (차문채신자)   나무하는 사람에게 물어 보나니,
此人皆焉如   (차인개언여)   여기 사람들 모두 어찌 되었오.
薪者向我言   (신자향아언)   나무하는 이 나에게 하는 말이,
死沒無復餘   (사몰무부여)   모두 죽어서 남은 이가 없다오.
一世異朝市   (일세이조시)   한 세대에 세상 바뀐다 하더니,
此語眞不虛   (차어진불허)   이 말은 참으로 빈말이 아니네.
人生似幻化   (인생사환화)   인생은 환상인 양 변하여 가니,
終當歸空無   (종당귀공무)   끝내는 공과 무로 다시 가누나.
 

歸園田居  其五
 
恨獨策還   (창한독책환)   비통함에 홀로 지팡이 짚고 돌아와,
崎嶇歷榛曲   (기구역진곡)   잡목 덤불 우거진 구비를 지나네.
澗水淸且淺   (간수청차천)   산골의 맑은 물은 얕게도 흘러서,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더럽혀진 나의 발을 씻을 만하네.
我新熟酒   (녹아신숙주)   담근 술이 익어 처음으로 거르니,
隻雞招近屬   (척계초근속)   닭 한마리 가까이 무리를 부르네.
日入室中闇   (일입실중암)   산 넘어 해는 지고 방 안 어두워,
荊薪代明燭   (형신대명촉)   나뭇단 불지펴 촛불 대신 밝히네.
歡來苦夕短   (환내고석단)   즐거운 마음에 저녁 짧음 괴로워,
已復至天旭   (이복지천욱)   벌써 아침 하늘이 훤히 밝아오네.
 
 
歸園田居  其六

種苗在東皐   (종묘재동고)   동 쪽 물가에 씨앗을 심었더니,
苗生滿阡陌   (묘생만천맥)   고랑 고랑 무성히 싹이 돋았네.
雖有荷鋤倦   (수유하서권)   호미질 비록 힘이 들기는 해도,
濁酒聊自適   (탁주료자적)   탁주 힘을 빌어 스스로 즐기네.
日暮巾柴車   (일모건시거)   날 저물어 섶나무 수레를 덮고,
路暗光已夕   (노암광이석)   길이 어두우니 빛은 이미 저녁.
歸人望煙火   (귀인망연화)   저녁 불빛 따라 집에 돌아오니,
稚子候첨隙   (치자후첨극)   어린 아들 처마 밑에 기다리네.
問君亦何爲   (문군역하위)   그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는가,
百年會有役   (백년회유역)   세월가면 무언가 이루어지겠지.
但願桑麻成   (단원상마성)   바램은 뽕과 삼이 잘 자라나서,
蠶月得紡績   (잠월득방적)   잠월에 길쌈을 할 수 있었으면,
素心正如此   (소심정여차)   원래 마음 이와 같이 소박하니,
開徑望三益   (개경망삼익)   길치우고 좋은 벗 기다릴 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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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온의 일상